권지윤
청소년기에 청소년 서사를 극의 형태로 봐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인물에 공감한다는 건 타인에게 공감하는 것과 다르게 자신의 페르소나를 발견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3년간 청소년극을 보면서 계속 저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기회가 됐어요. 물론 영화에 나온 청소년을 보고도 느낄 수 있지만, 공연예술에는 체험적인 요소가 있어서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가 나와서 누군가를 연기할 때, 저는 그 사람을 진짜로 만난 거잖아요. 그 감각이 너무 중요해요. 처음 본 사람인데도 내가 상대의 행동과 말, 상황에 공감해서 울고 웃는 것. 현실에서는 관계를 맺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까지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해요. 그런데 연극은 그걸 압축해서 경험하게 하거든요.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경험이 정말 중요한데, 실천하기 힘든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연극은 어쩌면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