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빈
현실 도피와 같은 마음으로 공연을 많이 보던 때가 있었어요. 그때의 김은빈과 지금의 김은빈이 똑같이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2014년의 김은빈이 나쁜 건 그때는 내가 맞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거든요. 저는 공연을 통해서 제 시야가 넓어졌다고 생각해요. 물론 연극 한 편 본다고 해서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지는 않아요. 대신 각도가 조금씩 틀어지죠. 처음에는 잘 몰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면 약간의 각도들이 모여 엄청난 간극을 만들어내요. 제가 만난 세상은 사실 학교가 전부에요. 그런데 아이들은 학교 밖에서 존재하다가 학교로 들어오는 거잖아요. 연극에서 만난 아이들은 아이들이 아니라 학교 밖에서 본인의 삶을 사는 아이들이잖아요. 애들을 마주할 때도 세상을 바라볼 때도 ‘내가 공연을 보지 않았다면 지금 정도로 성찰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